장난 같은 패션 : 엘자 스키아파렐리

1. 엘자 스키아파렐리와 코코 샤넬

 코코 샤넬과 맞서 경쟁을 펼쳤고 때로는 그녀의 질투를 사기도 했지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디자이너, 바로 엘자 스키아파렐리입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낸 샤넬과는 달리 엘자 스키아파렐리는 이탈리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불안정한 삶을 산 샤넬이 극도로 단순하고 우아한 의상에 집착한 것과 달리 부유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한 스키아파렐리는 모험과 실험을 꿈꾸며 엉뚱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선보이곤 했습니다.

 샤넬이 평범함 속 우아함으로 패션사의 큰 획을 그었다면 엘자 스키아파렐레는 초현실주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손꼽히며 화려함과 유머러스한 위트가 담긴 디자인의 인상적인 작품으로 패션사의 큰 획을 그었습니다.

 그녀가 디자인한 아스피린을 엮어 만든 목걸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을 한 드레스, 가재가 커다랗게 프린트된 이브닝 가운은 뻔한 것에 지겨워하던 상류층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특히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었던 윈저 공작부인이 그녀의 가재 드레스를 즐겨 입는 바람에 스키아파렐리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후에 샤넬은 자신이 뚫고 들어가지 못한 상류 사회에 전혀 힘들이지 않고 진입한 이 얄미운 라이벌을 두고두고 미워했고, 어떤 경우에도 결코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그 이름을 입에 담기도 싫다는 투로 이렇게 부르곤 했습니다.

 "왜, 그 드레스 만드는 이탈리아 여자 있잖아."

2. 엘자 스키아파렐리와 초현실주의

 엘자 스키아파렐리는 1920, 30년대의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키아파렐리에게 옷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예술의 장으로서 발전하게 되었고, 이는 그녀만의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작품 같은 패션 디자인을 완성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초현실주의 패션을 이끈 엘자 스키아파렐리는 많은 예술가와 공동으로 작업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을 끼친 이가 바로 살바도르 달리입니다. 초현실주의 미술의 대가인 달리의 작품과 스키아파렐리의 재치 넘치는 디자인은 많은 부분에서 공명했습니다.

  스키아파렐리는 스웨터 앞면을 프린트하는 파격 기법으로 예술적인 걸작이라는 찬사까지 받게 됩니다. 스키아파렐리만의 특별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은 그녀는 초현실주의 패션 디자이너라는 명성을 가지게 됩니다.

 한 번은 달리가 그녀의 윈도 디스플레이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그는 스키아파렐리의 상징적인 컬러인 쇼핑 핑크로 물들인 곰인형의 몸통에 서랍을 설치한 작품을 만들어주었는데, 이는 당시 새롭게 완성한 자신의 조각 '서랍이 달린 미로의 비너스'를 패러디한 것이었습니다. 스키아파렐리는 다시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유명한 '서랍 슈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특기였던 '눈속임으로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법'을 발휘해 실제 주머니와 가짜 장식 주머니가 함께 달린 기발한 슈트를 완성했습니다.

 이밖에도 스키아파렐리는 머리에 신발을 올려놓은 달리의 유명한 사진에 착안해 실제로 신발을 닮은 모자를 디자인해 칵테일 슈트를 매치했고 고기에 대한 달리의 망상에서 영감을 얻어 '양고기 조각 모자'도 만들었습니다.

3.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패션 혁신

  스키아파렐리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패션에서도 도전과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립적인 현대 여성의 표본이었습니다. 위트 넘치면서 실용적이고 대담함 그녀의 의상들은 많은 유명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스키아파렐리의 디자인 혁신성은 특히 재료와 소재 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됩니다. 최초로 지퍼를 사용하였고 치마바지를 디자인하였으며 초현실주의에 영감을 받아 플라스틱, 금속 등 특이한 재료들을 의복 장식과 액세서리에 과감하게 시도하였습니다. 텍스타일 제조업자들과 협력하여 레이온 등 인조 섬유들의 개발하는 시도도 하게 됩니다. 당대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고급 패션 소재에서 새로운 인조 섬유로의 전환과 관심을 확대하며 현대 복식에 중요한 기여를 하기 됩니다. 

 한편 스키아파렐리는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표현하기 위해 색채와 명암, 재질과 광택의 극적 대조 효과를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스키아파렐리는 특히 밝고 화려한 색상이 주는 강렬함에 몰두하고, 이 작업 과정에서 탄생한 쇼킹 핑크는 그녀를 상징하는 컬러로 패션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특정 주제 하에 음악, 예술, 패션이 하나가 되는 컬렉션의 시작도 그녀가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