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8. 14:27ㆍ카테고리 없음
1. 비극의 시작
세계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구찌는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그 이름만으로도 부와 명예, 권력을 뜻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했던 구찌가 탐욕과 갈등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청부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대중매체를 뜨겁게 달구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인해 철옹성 같은 명품 제국이 얼마나 힘없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상징인 구찌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는 90년대 구찌의 수장인 '마우리치오'와 오래된 자전거를 타서 행복하기보다 롤스로이스를 타고 불행한 것이 낫다고 말한 마우리치오의 전부인 파트리치아로부터 시작됩니다. '신흥 부호'로 부상한 구찌 가문에서 태어나 얌전한 소년으로 자란 마우리치오는 1972년 돌연 가난한 세탁소집 출신 처녀 파트리치아 레지아니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집안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마우리치오의 난데없는 반항에 구찌 집안사람들은 모두 경악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결혼을 허락했습니다. 마우리치오는 그녀와 결혼한 후 그룹의 회장으로 승진해 구찌 브랜드 전체를 장악하게 됩니다.
2. 탐욕의 결단
마우리치오의 동생 파올로는 형의 이 같은 독점을 방관하지 못합니다. 라이센스를 남발하고 아버지마저 탈세 혐의로 감옥에 보내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마우리치오는 지독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됩니다. 회사 경영권을 욕심낸 것은 마우리치오의 아내 파트리치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우리치오가 아내의 조언 대신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불화가 시작되었고 1985년에 결국 이혼하게 됩니다. 이 같은 가족 분쟁으로 인해 1988년 구찌의 소유권 절반 가량이 아랍 국가의 바레인의 투자기업 인베스트코프에 넘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우리치오는 재기를 시도했습니다. 1990년 부회장을 맡고 있던 돈 멜로와 함께 2만 개에 달하는 라이센스 제품을 5000개로 줄이고 가장 인기 있는 제품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톰 포드를 영입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킵니다. 밀라노에 새로운 사무실을 차린 그는 새로운 성공에 의기양양한 나머지 재혼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전처 파트리치아는 분노와 독을 품고 마지막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3. 비극의 방아쇠
1995년 3월 27일 월요일, 오전 8시 30분쯤 회사로 출근하는 마우리치오를 향해 괴한이 네 발의 총을 쏘게 됩니다. 시신은 청소부가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언론들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집안 내부의 소행이라고 생각해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항상 남편을 죽이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던 파트리치아는 그 배후로 지목되어 기소되었습니다. 그녀는 이혼 후 마우리치오가 재혼할지 모른다는 질투심과 마우리치오가 구치그룹을 매각하고 받은 금액에 비해 그녀가 받은 위자료가 너무 적다는 것에 격분하며 남편을 청부 살인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담당 변호사는 파트리치아가 뇌종양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성적인 판단을 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밀라노 법원은 파트리치아에게 살인 교사 혐의로 징역 29년을 선고합니다. 마우리치오를 직접 살인한 청부업자는 이태리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4.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구찌 가문의 충격적인 살인 사건은 할리우드의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로 탄생됩니다. 영화 속 파트리치아는 법정에서 결혼 전 성인 '레지아니'를 부르자 자신의 이름은 파트리치아 구찌라며 반박하며 자신을 구찌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녀의 욕망은 소극적이었던 마우리치오를 구찌 가문의 일인자로 만들며 구찌가 그녀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녀를 구찌 가문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 덕분에 구찌의 일인자가 되었던 마우리치오마저도 그녀를 인정하기 않고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녀의 욕망 때문이지 노력 때문인지 명품의 대열에서 탈락할뻔한 방만한 경영은 정리되며 구찌 그룹은 위기를 이겨내지만 파트리치아의 열망과 노력에도 '하우스 오브 구찌'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녀를 구찌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구찌 가문의 피에 연연하던 구찌 사람들이 구찌 패션 제국에서 영원히 제외되면서 막을 내립니다. 파트리치아의 열망과 노력을 단지 욕망으로 치부할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녀의 욕망은 유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