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8. 18:13ㆍ카테고리 없음
1. 운명의 제안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가수 윤복희는 아직 미니스커트라는 개념조차 없던 보수적인 시대였기에 대중들의 비난을 참 많이도 받았습니다. 그럼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니스커트를 전 세계에 퍼트린 이는 누구일까요? 바로 60년대 모즈 룩을 대표하는 영국 패션계의 자랑, 메리 퀀트입니다. 메리 퀀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녀의 부모님은그녀가 당당한 직업여성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때 그녀가 선택한 길은 예술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던 부모님은 그녀의 뜻을 반대하였으나 메리 퀀트는 장학생이 되어 미술 교사 학위를 따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겨우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런던 골드 스미스 예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곳은 예술에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었고 그러한 환경에 처음 접한 그녀에게 그것은 충격이었습니다. 몇 년간 메리 퀸트는 예술 학교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약속했던 미술교사 학위를 따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녀가 교사가 되었더라면 우리는 60년대 패션에 한 획을 그은 메리 퀀트의 디자인은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졸업 후 메리 퀀트는 부유층 사람들이 오는 고급 부티끄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였던 알렉산더에게 동업을 하자는 운명적인 제안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1955년 11월 영국 첼시의 킹스 로드에 옷가게 바자를 오픈하게 됩니다. 당시 킹스 로드는 그야말로 예술가의 거리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 앞 거리처럼 신인 화가들의 전시회, 멋진 카페, 바, 부띠끄들이 즐비했고 예술과 패션을 좋아하는 멋쟁이들로 가득 찬 거리였습니다.
2. 남들과 다른 생각
바자는 직업 옷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숍이 아니고 도매상에서 옷을 사다가 파는 식의 소매업을 했는데 지금으로 치면 보세 의류 매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사업에 익숙해졌고 패션에 대한 뛰어난 안목 덕분에 영국의 젊은 층에게 점점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메리는 바자에서 팔 옷을 사기 위해 도매상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본인의 원하는 스타일의 옷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곧 메리는 드레스 메이커 몇 명을 고용하고 그녀가 디자인한 옷을 제작하고 시작합니다. 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패션은 오트 쿠튀르부터 탄생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고급 부띠끄들의 옷들은 가격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부유층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메리는 상류층만의 전유물이었던 패션을 젊은이들도 그들만의 패션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국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기로 결심합니다.
3. 미니스커트 혁명
하지만 그녀가 처음 옷을 선 보였을 때 영국인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특히 무릎 위로 올라간 짧은 스커트가 논란이 되었는데 무릎에서 6~7센티미터 정도 위로 올라가는 길이는 오늘날에는 흔한 패션 일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디자인을 조롱했지만 10대들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들은 그녀의 스타일에 단번에 반해버렸고 이는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어느새 거리는 메리 퀀트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들로 가득 차게 되었고 곧 메리 퀀트 스타일은 첼시 룩, 혹은 런던 룩으로 영국 10대들의 패션을 대표하는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사실 미니스커트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은 메리 퀀트가 아니었습니다. 스커트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고 미니스커트를 세상에 먼저 선보인 사람은 앙드레 쿠레주와 존 베이츠였으나 확실한 것은 미니스커트를 대중적으로 유행시킨 장본인은 바로 메리 퀀트라는 것입니다. 그녀가 미니스커트를 디자인하기 전에는 '미니스커트라'는 단어도 존재하기 않았습니다. 이 스커트의 명칭은 메리 퀸트가 특별히 좋아했던 자동차 브랜드에서 따온 것입니다.
미니스커트의 인기와 함께 새롭게 떠오른 아이템은 판타롱 스타킹이었습니다. 맨다리를 훤히 내보이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았던 시대에 타이츠는 미니스커트와 함께 불타나게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미니스커트와 타이츠는 환상의 짝꿍이었고 타이츠가 대중화되면서 색깔과 디자인도 점점 다양해져 갔습니다.
4. 영국 패션의 자부심
미니스커트의 어머니 메리 퀀트, 그녀는 영국 패션계에 미니스커트 열풍을 일으키며 여성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고 1960년대 런던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메리 퀀트는 패션의 영역을 젊은이들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녀 덕분에 패션으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속물적 문화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공헌을 인정받아 수많은 상을 수상한 그녀는 1966년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파리 패션계가 전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을 때 파리 밖에서 독창적인 스타일을 이끌었던 메리 퀀트, 그녀는 영국 패션 역사의 빼놓을 수 없는 자부심을 것입니다.